2025년, 우리는 격변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복잡해지는 사회 문제, 그리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가치관 속에서 때로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단하기 어려운 순간들을 마주하곤 합니다. 이런 시대에, 200여 년 전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제시한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은 우리에게 묵직하지만 명료한 도덕적 나침반을 제공해 줍니다.
칸트는 말했습니다. 도덕 법칙은 우리가 무엇인가를 원하기 때문에 따라야 하는 조건적인 명령('가언명령', 예를 들어 "성공하고 싶으면 정직해라")이 아니라, 무엇을 원하든 상관없이 마땅히 따라야만 하는 무조건적인 명령('정언명령')이어야 한다고 말입니다.
다시 말해, 어떤 상황에서든, 어떤 결과를 가져오든 관계없이, 우리가 의무로서 따라야 하는 도덕 법칙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정언명령'은 구체적으로 우리에게 무엇을 요구할까요? 칸트는 여러 방식으로 설명했지만, 2025년 대한민국의 맥락에서 두 가지 핵심적인 내용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1. 보편적인 법칙에 따라 행동하라: "네 행위의 준칙이 네 의지에 의해 보편적 자연법칙이 될 수 있도록 그렇게 행위하라."
이것은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보라는 요구입니다.
"내가 지금 하려는 이 행동의 규칙(준칙)이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따라야 하는 법칙이 된다면, 그래도 세상이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혹은 이 규칙 자체에 모순이 생기지는 않을까?" 2025년 대한민국의 일상에 적용해 봅시다.
- 온라인 공간: 악성 댓글을 달거나 가짜 뉴스를 퍼뜨리려 합니다. 그때 정언명령을 떠올려 보세요. "모든 사람이 검증되지 않은 정보나 타인을 비방하는 글을 무분별하게 퍼뜨린다면?" 사회적인 신뢰는 무너지고 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질 것입니다. 규칙 자체에 모순이 발생하죠. 따라서 그런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습니다.
- 경쟁 사회: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하거나, 취업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기재하려는 유혹을 느낍니다. "모든 지원자나 학생이 부정행위나 허위 기재를 당연한 규칙으로 삼는다면?" 공정한 경쟁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런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 일상생활: 길가에 쓰레기를 몰래 버리려 합니다. "모든 사람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는 것을 규칙으로 삼는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금방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릴 것입니다. 따라서 길에 쓰레기를 버리는 행위는 옳지 않습니다.
칸트의 정언명령은 우리의 개별적인 행동 규칙이 보편적인 차원에서 성립 가능한지를 검토함으로써, 충동이나 이기심이 아닌 이성에 기반한 도덕적 판단을 내리게 합니다.
2. 인간을 언제나 목적으로 대하라: "너 자신의 인격이든 다른 어떤 사람의 인격이든, 네 인격을 수단으로만 사용하고 동시에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행위하라."
이것은 모든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하며,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으로만 다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입니다.
인간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목적적인 존재'라는 것입니다. 2025년 대한민국의 관계 속에서 생각해 봅시다.
- 직장 및 사회생활: 동료나 아랫사람을 자신의 승진이나 이익을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고 함부로 대하려 합니다. 칸트는 이런 행동이 인간 존엄성을 해치는 비도덕적인 행위라고 말합니다. 그들 역시 당신과 마찬가지로 존중받아야 할 목적적인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취약계층과의 관계: 경제적 어려움,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그저 '도움이 필요한 대상'이나 '사회의 부담'으로만 치부합니다. 이는 그들을 완전한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특정 목적(동정심 해소, 사회 문제 해결 등)을 위한 대상으로만 보는 것입니다. 칸트는 모든 인간을 상황이나 조건에 상관없이 존엄한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 자기 자신과의 관계: 과도한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지 않고 오직 성공만을 위해 혹사시킵니다. 칸트의 관점에서 이는 자기 자신을 성공이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여기는 것입니다. 우리 자신 또한 존중받아야 할 목적적인 존재입니다.
2025년, 왜 정언명령인가?
빠르게 변화하고 파편화되는 현대 사회일수록, 유행이나 상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도덕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칸트의 정언명령은 결과를 따지기 전에 '무엇이 옳은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합니다.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 평판,
혹은 내가 얻을 이익이 아닌, 순수한 의무감과 이성에 따라 행동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는 서로 다른 가치관과 이해관계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2025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최소한의 상호 존중과 연대를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될 수 있습니다. 각자가 자신의 행동 규칙을 보편적인 잣대로 비추어 보고,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하려 노력할 때,
우리는 비로소 더 정의롭고 인간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정언명령을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복잡한 현실에서는 다양한 의무들이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칸트의 메시지는 완벽한 도덕적 삶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도덕적으로 올바르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찰해야 한다는 영원한 과제를 제시하는 것입니다. 2025년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잠시 숨을 고르고 스스로에게 물어봅시다.
- "내가 지금 생각하는 이 행동 규칙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법칙이 될 수 있는가?"
- "나는 다른 사람을 (그리고 나 자신을) 그 자체로 존엄한 목적으로 대하고 있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성찰이, 복잡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삶과 우리 공동체를 더욱 단단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시작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칸트의 정언명령은 낡은 철학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 2025년 대한민국의 우리에게 필요한 살아있는 도덕적 가르침입니다. 이 글이 2025년을 살아가는 당신에게 작은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